이봉주 평의원(사회과학대학 교수)
평의원으로 임명 된지 2개월이 채 안된 그야말로 초짜 평의원으로 갖는 첫 번째 생각은 평의원회가 다루는 안건의 종류와 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. 그 사이 본회의에서 처리한 안건을 보면 학칙 개정, 정관 개정, 각종 규정의 제·개정 등만 해도 10여개 정도에 달한다. 그 외에도 향후 규정의 근거가 될 사항들에 대한 보고안건의 수도 거의 그 수준이다. 안건들의 종류도 교육, 연구, 기획, 교직원 복지 등의 모든 분야를 걸쳐 다양하다. 만약 이 속도로 간다면 1년에 120개 정도의 각종 심의안건을 처리하는 셈이 된다. 물론 지금 시기가 학기말이라서 안건의 수가 조금 적은 편이라면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.
평의원회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법률에 근거하여 설치된 기구로서 대학의 운영과 발전에 관한 주요 사항과 이사회가 위임한 교육 및 연구에 관한 사항을 심의·의결하는 기구다. 간단히 말하면 대학의 정책변화에 관한 거의 모든 사항을 심의하도록 되어있다. 정책변화는 그 규모가 작든 크든 학칙, 정관, 규정 등의 변화를 통해서 반영된다. 그러고 보면 평의원회의 심의 안건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. 우리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정책의 수립이나 변화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세삼 깨닫게 된 것이다.
괜스레 평의원회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엄살을 부리려는 것은 아니다. 하지만 안건들을 심의하고 또 의결하는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은 큰 그림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. 현안들은 각종 규정의 제·개정을 통해서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다. 그리고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보면 마땅히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다. 하지만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해나가면서도 드는 회한은 그런 해결책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. 대학발전에 대한 큰 그림이 없이 계속 발생하는 현안들을 그때그때 처리하는 데만 집중하게 되면 자칫 현안의 해결이 임기응변적일 수 있다. 큰 그림이 없이 지금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는 임시방편 책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.
서울대학교가 법인화가 된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. 동료 교수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은 법인화 이후에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. 또 하나의 평은 도대체 법인화는 무엇을 위해서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. 그런데 실제를 보면 상당히 다양한 많은 수의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. 그런데도 교수들 사이에 이런 질문이 있다는 것은 각종 현안에 대한 대책은 있었지만 큰 그림의 제시와 그에 대해 공감대를 얻는 과정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.
‘세계 10위권 대학으로의 도약’이 서울대학교의 큰 그림이라면 문제라고 생각한다. 세계의 어느 유수대학도 적어도 필자가 알기로는 ‘등수’로 대학의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는다. 설혹 그것이 대학의 목표라 해도 어떻게 그런 목적을 성취할 지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은 없는 것 같다. 혹시 모를 일이다. 어딘가에 누군가에 의해 작성된 그런 큰 그림이 있을지도 모른다. 만약 그렇다면 더 문제다. 대학 구성원들이 그런 큰 그림과 로드맵을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소통의 부재로 설명될 수밖에는 없다. 현안들의 처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대학발전의 큰 그림과 로드맵이 필요한 때다.
이봉주 평의원
(사회과학대학 교수)
평의원으로 임명 된지 2개월이 채 안된 그야말로 초짜 평의원으로 갖는 첫 번째 생각은 평의원회가 다루는 안건의 종류와 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. 그 사이 본회의에서 처리한 안건을 보면 학칙 개정, 정관 개정, 각종 규정의 제·개정 등만 해도 10여개 정도에 달한다. 그 외에도 향후 규정의 근거가 될 사항들에 대한 보고안건의 수도 거의 그 수준이다. 안건들의 종류도 교육, 연구, 기획, 교직원 복지 등의 모든 분야를 걸쳐 다양하다. 만약 이 속도로 간다면 1년에 120개 정도의 각종 심의안건을 처리하는 셈이 된다. 물론 지금 시기가 학기말이라서 안건의 수가 조금 적은 편이라면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.
평의원회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법률에 근거하여 설치된 기구로서 대학의 운영과 발전에 관한 주요 사항과 이사회가 위임한 교육 및 연구에 관한 사항을 심의·의결하는 기구다. 간단히 말하면 대학의 정책변화에 관한 거의 모든 사항을 심의하도록 되어있다. 정책변화는 그 규모가 작든 크든 학칙, 정관, 규정 등의 변화를 통해서 반영된다. 그러고 보면 평의원회의 심의 안건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. 우리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정책의 수립이나 변화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세삼 깨닫게 된 것이다.
괜스레 평의원회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엄살을 부리려는 것은 아니다. 하지만 안건들을 심의하고 또 의결하는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은 큰 그림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. 현안들은 각종 규정의 제·개정을 통해서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다. 그리고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보면 마땅히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다. 하지만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해나가면서도 드는 회한은 그런 해결책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. 대학발전에 대한 큰 그림이 없이 계속 발생하는 현안들을 그때그때 처리하는 데만 집중하게 되면 자칫 현안의 해결이 임기응변적일 수 있다. 큰 그림이 없이 지금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는 임시방편 책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.
서울대학교가 법인화가 된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. 동료 교수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은 법인화 이후에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. 또 하나의 평은 도대체 법인화는 무엇을 위해서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. 그런데 실제를 보면 상당히 다양한 많은 수의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. 그런데도 교수들 사이에 이런 질문이 있다는 것은 각종 현안에 대한 대책은 있었지만 큰 그림의 제시와 그에 대해 공감대를 얻는 과정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.
‘세계 10위권 대학으로의 도약’이 서울대학교의 큰 그림이라면 문제라고 생각한다. 세계의 어느 유수대학도 적어도 필자가 알기로는 ‘등수’로 대학의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는다. 설혹 그것이 대학의 목표라 해도 어떻게 그런 목적을 성취할 지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은 없는 것 같다. 혹시 모를 일이다. 어딘가에 누군가에 의해 작성된 그런 큰 그림이 있을지도 모른다. 만약 그렇다면 더 문제다. 대학 구성원들이 그런 큰 그림과 로드맵을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소통의 부재로 설명될 수밖에는 없다. 현안들의 처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대학발전의 큰 그림과 로드맵이 필요한 때다.